2015.02.14 19:47

미국은 이제 ‘러’의 뒤에서?


한반도 문제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한반도 문제를 쥐락펴락했던 미국과 중국이 주도권을 러시아에 내주고 있는 모양새다. 러시아는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서도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남문희 대기자  |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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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호] 승인 2015.02.13  09:05:22


더 이상 미국의 시대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중국의 시대도 아니다. 한반도 문제에 국한해 보자면 바야흐로 러시아가 대세다. 적어도 올 2월 초까지 정세를 보면 그렇다. 미국과 중국이 지난 20여 년간 한반도 문제를 주도한 것은 북한의 호응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흐름이 바뀌고 있다.


중국의 위상 추락은 단적으로 드러난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새해 연하장을 각국 지도자에게 보낸 순서를 발표하면서 중국보다 러시아를 먼저 호명했다. 그동안은 중국·쿠바·러시아 순서였다. 그런데 2월3일자 <노동신문>은 ‘러시아 연방 대통령’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인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쿠바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1비서’ 순서로 보도했다. 지난 1월1일 각국에서 연하장을 보내온 소식을 전할 때도 러시아가 중국보다 앞섰다. 다시 말해 북한과 가장 가까운 우방은 이제 중국이 아니라 러시아인 것이다. 1991년 소련 붕괴 후 유지돼온 중국 우위 시대의 종언이다.


미국도 요즘 패닉이다. 지난 1월22일 오바마 대통령이 유튜브 스타 행크 그린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했다. 군사적 조치로는 한계가 있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유통되면 북한 정권도 붕괴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북한 체제에 대한 인위적 붕괴를 의도한 발언이라 해서 논란이 되었다. 그렇다 해도 과거 부시의 ‘악의 축’ 발언에 비하면 점잖은 편이다. 그런데 북한의 반응이 보통이 아니다. 1월31일 <조선중앙통신>은 “사회주의 제도를 변화의 방법으로 붕괴시킬 것이라고 짖어대는 미친개들과는 더는 마주앉을 용의가 없다”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전했다. 북한 국방위원회도 2월4일 성명을 통해 “미국을 상대로 더는 마주앉을 필요도 없고 상종할 용의도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과거 북한 외교 1순위는 미우나 고우나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공식이 무너진 것이다. 오늘의 북한은 어제의 북한이 아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평양 조선중앙통신</font></div>군 동계훈련을 참관 중인 김정은 위원장(가운데). 북한군이 이례적으로 동계훈련을 한 달 앞당기고 훈련 규모도 최고 수준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군 동계훈련을 참관 중인 김정은 위원장(가운데). 북한군이 이례적으로 동계훈련을 한 달 앞당기고 훈련 규모도 최고 수준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손으로 돌아간 성 김의 ‘굴욕’ 


멀리 갈 것도 없다. 베이징까지 왔다가 북한 측과 만나지도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간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굴욕’을 보면 북한이 작심하고 되갚아준 느낌마저 든다. 지난해 9월6일부터 16일까지 유럽 순방에 나섰던 강석주 당 국제담당 비서가 당했던 일에 대한 앙갚음이다. 지난해 8월16일 미국 군용기를 타고 비밀리에 방북한 시드니 사일러 당시 백악관 한반도 담당관과의 1차 교섭이 결렬된 후 강 비서가 느닷없이 유럽 순방에 나섰다. 약속은 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스케줄을 공개한 만큼 미국이 제네바 정도에서 접촉해오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무시했고, 강 비서만 머쓱해졌다.


이번에 문제가 된 성 김 대표 역시 강 비서처럼 약속 없이 베이징에 갔다가 무시당한 경우다. 성 김의 대북 접촉 시도는 지난해 11월8일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장(DNI) 방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북핵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 국가정보국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클래퍼 방북의 후속타로 추진한 것이 바로 성 김의 대북 접촉이었다(<시사IN> 제381호 ‘냉전이여, 뜨거운 안녕!’ 참조). 지난해 12월10일 북한에 직접 접촉 의사를 표명했던 그의 시도는 소니 픽처스 해킹 사건으로 잠복했다가 1월1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트랙2(민간) 대화를 계기로 되살아났다. 싱가포르 대화에 미국 측 대표로 참석했던 보즈워스 전 주한 미국 대사(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이 탐색 차원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적극 주문했다고 하기도 한다. 그래서 1월28일 도쿄에서 한·일 6자회담 수석대표와 회동한 뒤, 한·미·일 6자회담 대표의 회동 결과를 통보하겠다는 명분으로 곧바로 베이징으로 날아갔다. 한·미·일 수석대표 회동에서 성 김은 베이징에 가면 틀림없이 북한 측에서 접촉 시도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고 한다. 그런데 북한 측에서는 개미 한 마리 얼씬하지 않았다. 오히려 같은 기간 북한 고위 당국자의 베이징 출장을 엄금하기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어디서 틀어졌을까?


  <div align=right><font color=blue>ⓒYouTube 갈무리</font></div>1월22일 오바마 대통령은 행크 그린(오른쪽)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인위적 붕괴 가능성을 언급했다.  

ⓒYouTube 갈무리

1월22일 오바마 대통령은 행크 그린(오른쪽)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인위적 붕괴 가능성을 언급했다. 워싱턴 사정에 밝은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사전 접촉 과정에서 미국이나 북한이나 각자 상대방과의 대화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애썼다. 성 김 측은 뉴욕 채널을 통한 사전 접촉에서 ‘베이징에 갈 예정이니 생각이 있으면 나오길 바란다’는 식으로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별도로 베이징 채널을 통해 자신의 스케줄을 전해놓기도 했다. 그런데 북한 측의 반응 또한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할 얘기가 있으면 평양으로 들어오라’는 식이었다. 결국 대화할 생각이 있으면 먼저 나서라고 서로 미루다가 헛걸음만 한 셈이다.


북한이 미국을 대하는 태도가 이처럼 ‘할 테면 하고 말 테면 마라’ 식이 된 것은 올해 들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조선중앙통신>이 1월10일 보도한 대미 제안 역시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전날인 1월9일 북한은 “미국이 올해 남조선과 그 주변에서 합동군사연습을 임시 중지하는 것으로써 조선반도의 긴장 완화에 기여할 것을 제기하고, 이 경우 우리도 미국이 우려하는 핵실험을 임시 중지하는 화답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4차 핵실험을 동시에 임시 중단하자는 얘기다.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그동안 미국이 보여온 태도를 감안하면 좀 뜬금없어 보인다. 미국의 반응은 그다음 날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의 발언에 잘 나타나 있다. “일상적인 한·미 훈련을 핵실험 가능성과 부적절하게 연결하는 북한의 성명은 암묵적인 위협(implicit threat)”이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월30일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베이징에서 북한 측과 만나지 못하고 돌아갔다.  

ⓒ연합뉴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월30일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베이징에서 북한 측과 만나지 못하고 돌아갔다. 그런데 북한은 이 주장을 굽히지 않고 계속 밀고 나갔다. 유엔대표부 안명훈 북한 대사가 뉴욕에서 회견을 갖고 “미국이 북한 측의 제안에 대한 추가 설명을 원한다면 직접 설명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영국 주재 현학봉 대사도 런던에서 인터뷰를 갖고 “미국의 결단에 따라 조선 측이 책임감 있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1월18일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미국 전직 관리들과의 대화에서 북한의 이용호 외무성 부상이 북한 측 제안의 목적과 의도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기에 이른 것이다.


싱가포르 회의는, ‘민간 대화일 뿐’이라는 미국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클래퍼 방북-성 김의 대북 접촉 노력의 연장선으로 여겨졌고, 오히려 비공식 대화인 만큼 미국 측이 염두에 두고 있는 ‘제2의 제네바 합의’를 위한 브레인스토밍 자리로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북한이 별로 현실적이지도 않은 제안을 들고 나와 엉뚱한 데 힘을 쏟는 것처럼 비춰진 것이다. 당연히 외교가에서는 ‘과연 진지한 대화를 할 용의가 있는가 의문이다’(외교부 고위 당국자)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북한의 대화 의지에 대해 미국 역시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성 김이 ‘베이징에 갈 테니 생각 있으면 나오라’는 정도의 메시지밖에 보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예전처럼 북한이 미국과 당장 뭘 해야 한다는 절박성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요란스럽게 대화 제스처를 취한 까닭은 뭘까? 처음부터 다른 데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미국과 마치 중요한 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 다른 상대를 압박해 무언가를 얻어내려 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강대국 간에 균열을 일으켜 틈바구니를 만들고 그 속에서 생존 공간을 찾아내는 것은 북한 외교의 주특기다. 과거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도 갈등을 유발하는 한편 균형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을 발휘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동독은 소련의 품 안에서 푸들처럼 굴다가 소련이 망할 때 같이 망했지만, 북한은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들개처럼 살아남았다”라고 말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러시아는 나선 특구(위)에 전력 공급을 예고했다. 전력은 지난 20년간 북한의 가장 절실한 문제였다.  

ⓒ연합뉴스

러시아는 나선 특구(위)에 전력 공급을 예고했다. 전력은 지난 20년간 북한의 가장 절실한 문제였다. 1월9일의 대미 제안이 미국과의 대화보다 다른 누군가를 의식한 것이라면 그것은 러시아라는 게 중론이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최대 현안은 5월9일 러시아의 전승절 행사에 과연 김정은 제1위원장이 참석할 것이냐였다. 러시아가 이 행사에 김 위원장을 초청했다는 사실은 지난해 12월17일자 <아사히 신문>을 통해 알려졌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참석 여부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었다. 당초 북한은 지난해 11월17일 러시아를 방문한 최룡해 비서를 통해 북·러 정상회담을 제안하면서 그 시기를 올해 1월 내지 2월 정도로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러시아 측에서 5월, 그것도 푸틴 대통령이 주관하는 국제 행사에 참석해주길 요청함으로써 상황이 복잡해졌다. 김 위원장의 참석 여부는 이 5월 행사의 의미를 좌우할 정도로 상징성이 크기에 러시아로서는 열심히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양측 사이에 새롭게 계산할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국가는 그런 것을 말로도 하지만 외교적 지렛대를 통해 행동으로 얘기하기도 한다. 즉 미국에 모종의 제안을 던졌다는 것만으로도 김 위원장의 5월 방러에 많은 것을 걸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서둘러 뭔가를 내놓아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EPA</font></div>1월29일 웬디 셔먼 차관(가운데)은 북한 비핵화야말로 미국의 최우선 정책이라고 못 박았다.  

ⓒEPA

1월29일 웬디 셔먼 차관(가운데)은 북한 비핵화야말로 미국의 최우선 정책이라고 못 박았다. 우방의 ‘1등석’ 자리를 차지한 러시아


그 이후의 진행 과정이 이 점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5월9일 전승 기념식 행사 참석에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는 사실이 1월21일 라브로프 외무장관의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 그런데 ‘긍정적 신호’라는 말이 모호해 혼선이 빚어졌다. 그러자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러시아 대통령궁에 재차 확인을 요청했고 대통령궁 공보실은 1월23일자 이메일에서 “김 제1위원장의 ‘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 참석이 확인됐다. 애초에 라브로프 장관의 표현 자체가 김 제1위원장의 초청 수락을 의미하는데, 보도 과정에서 의미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았던 같다”라고 밝혔다.


라브로프의 기자회견이 있던 1월21일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러시아 극동 지역 전력업체 ‘라오 에스 보스토크’가 북한 나선 특구에 대해 전력 공급 사업을 위한 기술·경제적 타당성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라오 에스 보스토크’는 러시아 국영 전력회사 ‘루스기드로’의 극동 지역 자회사다. 이 회사는 2월6일 입찰 신청서를 낸 3개 회사 가운데 한 업체를 선정해 사업 타당성 조사에 들어가고, 긍정적 결론이 나오면 바로 송전시설 건설에 착수해 이르면 내년부터 북한에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연해주에서 나선시까지 송전선로를 건설해 잉여 전력을 북한에 보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알렉산드르 갈루슈카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루스기드로’가 러시아와 남북한을 잇는 송전선 건설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나선 특구 전력 공급으로 그 첫발을 떼게 된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얘기인지는 중국이 2012년 훈춘의 전력을 나선 지역에 공급하겠다고 약속해놓고 벌써 몇 년째 감감무소식인 것과 비교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중국과 대조적으로 러시아는 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오면 곧바로 공사에 착수해 내년부터라도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가장 가까운 우방이 어떻게 중국에서 러시아로 교체됐는지 그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5월의 100억 달러 부채 탕감, 6월의 루블화 결제 합의, 10월의 철도 현대화 사업 합의 모두 전례 없을 정도의 빅딜이지만, 당장 피부에 와 닿는 변화가 아쉬웠을 북한에게는 이번 전력 공급 약속이 단비와 같은 소식일 것이다. 전력 문제 해결이야말로 지난 20년간 북한의 가장 절실한 숙원 사업이었던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5월 방러와 전력 공급 사업이 동시에 발표됐다는 것은 이 문제가 막판까지 쟁점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 외무부의 이고리 모르굴로프 차관은 1월28일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경제 분야에서 양측 간에 이뤄진 합의 이행을 촉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러시아가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한다는 얘기가 나온 이후 미국의 대응은 매우 익숙한 패턴으로 진행되었다. 클래퍼 방북을 통해 북·미 간 독점 채널을 확보하려 했던 미국에 모스크바에서의 남북 정상회담 중재를 내건 러시아식 해법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미국이 이럴 때 늘 하는 방식은 분쟁을 야기해 판을 깨고 원래의 독점 구도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아예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분쟁 유발자’로 나섰다. 지난해 북한을 소니 픽처스 해킹의 주범으로 단정하며 ‘비례적 대응’을 선언하더니 올해 1월2일에는 휴가지에서 대북 제재를 발표하고 1월22일에는 인터넷 정보 유입을 통한 인위적 정권 붕괴 발언까지 하는 등 대통령이 직접 악역을 담당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이 얼마나 초조해하는지를 알 수 있다.


게다가 미국 인권단체 회원이 직접 남북 군사분계선 근처에까지 나타나 대북 전단을 뿌리고 3월에 무인기 드론에 전단을 실어 보내겠다고 하는 행태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인들이 그런 미국을 어떻게 볼지는 무시하기로 작정한 듯하다. 전 정부에서 통일 관련 고위직에 있었던 한 인사는 미국의 의도에 대해 “북한을 자극해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유도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역할 분담에 따라 미국 국무부 역시 또다시 비핵화의 선봉에 섰다. 최근 서울을 방문한 웬디 셔먼 차관은 북한 비핵화야말로 미국의 ‘최우선 정책(first priority)’이라고 못 박았다. 한국 정부에게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얘기처럼 들린다. 그래 놓고 자기들은 북한과 직접대화 채널을 구축하려다 스타일만 구겼다.


미국의 오래된 대북 대응 패턴이 이번에는 잘 먹히지 않을 조짐이다. 김정은 위원장 발언이나 국방위 정책국 성명으로 보면 당분간 북한이 ‘미국과 상종을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4차 핵실험이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인 KN-8 시험 발사에 나설 것 같지도 않다. 러시아가 바로 선수를 치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1월31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러시아 국방부가 북한·베트남·쿠바와 군사회담을 갖고 육·해·공 합동 군사훈련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직접 안보를 책임져줄 테니 앞으로 한·미 합동 군사훈련 등이 진행되더라도 혹여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같은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읽힌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러시아가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정 미국의 말발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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